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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08. 8. 29. 12:05

    성령강림절 후 열다섯째 주일[20080824]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요 21:1-14)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의 일상생활에서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부활하신 후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보이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직업 세계인 고기잡이 현장에서 그들과 조우하십니다.

     

    요한복음의 저자 요한은 본문에서 자신을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일컬으면서,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주님과 베드로의 관계만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요한이 부각시키고 있는 베드로는 어떤 모습입니까? 이 시간 같이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베드로는 자신과 함께 있던 제자들에게 자기와 함께 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권유합니다. 제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베드로와 함께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러 나갔지만 그날 밤 아무 것도 잡지 못합니다. 그들의 행동이 단지 베드로의 의지를 따르는 동안 그들은 헛수고를 하고 마는 것입니다. 밤새 허탕을 쳤습니다.

     

    새벽은 다가오고 제자들은 배를 뭍으로 돌리며,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아직 어둠이 짖은 새벽녘, 예수님이 호수가에 서계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알아보는 제자는 아직 없습니다. 이 때 저 어두움 속에서 음성이 들려옵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마치 자녀를 찾는 부모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제자들이 대답합니다.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대답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 음성에 모두들 전적으로 순종합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물에 고기가 가득 차 찢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예수님이 사랑하시던 제자인 요한이, 어둠 속에 그분이 주님이신줄 알아차립니다. 어둠 속의 한 음성은 경험 많은 어부의 음성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발견한 동료의 음성도 아니었습니다. 요한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은 일이 자신들이 이룬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친히 하신 일임을 깨닫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요한을 통해서야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요한은 자신이 발견한 기쁜 일을 다름 아닌 베드로에게 전달합니다. “주님이시라!” 베드로는 이 소리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겉옷을 두르고 바다로 뛰어듭니다. 7절을 보면 베드로는 예수님이라는 말에 약간 흥분되고, 기뻤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겉옷을 두른 후 바다로 뛰어내렸습니다. 빨리 만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물에 옷이 흠뻑 젖은 채로 주님을 만납니다. 젖은 몸의 베드로를 예수님은 따뜻한 숯불과 생선과 떡이 마련된 장소에서 맞아주십니다.

     

    지금 베드로의 모습을 연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물에 젖은 생쥐 같은 모습으로 숯불 앞에서 불의 온기를 쬐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만드신 주님은 어떤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를 보고 있는 다른 제자들은 재미있을런지 몰라도 사실 베드로 자신은 묘한 전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바다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라고 명령하다시피하며, 내심 자신이 특별한 제자임을 인정받으려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람 소리에 무서워 물에 빠지고 만 신세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겨우 배에 올랐을 때 자신만 물에 젖은 생쥐의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베드로는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자신은 예수님을 모르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며, 예수님의 낯을 피하여 멀찌감치 불을 쬐던 마음 약한 배신자였습니다. 그때도 두렵고 떨린 마음이었습니다. 용기 없는 도망자 신분의 모습으로 숯불의 온기에 자신의 도망자 신분을 내맡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베드로의 모습이 어떻습니까? 과거 물에 빠진 모습과 예수에게서 도망하여 불을 쬐던 모습이 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이 주님 앞에 서는 순간 오버랩되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는 메시지가 무엇입니까? 표면적으로는 배신한 제자들을 다시 찾은 예수님의 무한한 용서가 보입니다. 제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며 육신적인 필요를 채우시는 따뜻한 사랑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제자들을 향해 너희의 힘과 지식, 의지, 그것들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오른편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주님이 지시하시는 방향입니다. 우리는 내가 생각할 때, 내 판단에 옳은 것을 택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하나님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주님이 지시하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살이의 도구인 그물을 가졌다 해도 밤새 헛수고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많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동일하게 질문하십니다. “너희들에게 고기(프로스파기온)가 있느냐?” 프로스파기온은 고기라는 뜻 외에도 빵과 곁들여먹을만한 맛을 더해주는 어떤 음식을 뜻합니다. 동일하게 먹는 음식에 맛을 더해주고, 실제적으로 배부르게 하는 고기, 그것은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서 맛보는 참된 생명의 경험입니다. 일시적인 유희가 아닙니다.

     

    제자들은 밤이 새도록 노력했지만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오늘도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이 완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같은 일이지만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주님께서 지시하는 방향에 순응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12절에 보면 아무도 “당신이 누구냐?”고 묻는 자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주님이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13절에 제자들에게 빵과 생선을 나누어주십니다. 내가 수고해서 얻은 고기는 한 끼의 양식일 뿐입니다. 그러나 주님이 주신 양식은 영생의 양식이 됩니다. 주님이 주시는 음식을 먹을 때 비로소 우리도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가 있습니다.

     

    요한은 놀랍고 신기하고 화려한 축제 속에서 만나는 부활을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주님의 신비를 전합니다. 여러분, 주님을 만나길 간절히 원하십니까? 오늘 하루의 평범한 일과, 단순한 삶 속에서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일상 속에서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내 뜻과 내 생각이 아닙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는 말씀은 믿음으로 주님께 의지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번 한 주도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며, 내 힘과 의지가 아닌 주님의 말씀과 도움에 의지하며 사는 삶이 되길 축원합니다.

    [동산교회 이관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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