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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의 울타리는 내 믿음이다.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12. 10. 15. 16:37

     

    성령강림절 후 스물째 주일[20121014]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의 울타리는 내 믿음이다.

    (욥 23:10~17)

     

     

    욥은 사탄의 참소로 아무런 이유 없이 삶의 울타리들이 무너지는 고통을 경험하였습니다.(욥 1:10) 욥은 그의 모든 소유물의 울타리, 그의 가정의 울타리 그리고 그 자신의 몸뚱이까지 차례로 허물어지는 고통을 겪습니다.

     

    욥의 세 친구 엘리바스, 빌닷, 소발은 상한 가죽만 걸친 채 재 가운데 앉아있는 욥을 보고는 입을 열지 못합니다. ‘밤낮 칠 일 동안 그와 함께 땅에 앉았으나 욥의 고통이 심함을 보므로 그에게 한마디도 말하는 자가 없었더라.’(욥 2:13)

     

    그러니까 2장과 3장 사이에는 7일간의 침묵이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무거움과 비통함의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오히려 욥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온전하고, 정직하고, 하나님의 경외하고, 악에서 떠난 자’라는 인정을 받는 욥이었지만(욥 1:8) 고통 가운데 욥이 꺼낸 첫 마디는 자신에 대한 저주였습니다.

     

    욥기 3장을 보면 욥은 자신이 태어난 일에 대해 저주를 합니다. 욥은 말하기를 ‘자기에게 평화, 안정, 안식이 사리지고 불안, 혼동만 남았다’고 토해냅니다.(욥 2:26) 욥도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는 동정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욥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원망을 하고 있습니다.

     

    욥기를 대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재미있는 것은 7일 동안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던 세 친구가 3장에서 욥이 먼저 입을 열어 고통을 토로하자 4장에서부터는 그동안 마치 참았다는 듯 폭포수같은 말들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욥기 전체 42장 가운데 15장이 세 친구들과 엘리후의 말입니다. 그럼 여기서 거침없이 말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만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엘리바스의 말입니다.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욥 4:7)

     

    빌닷은 말합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계속해서 소발도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하나님의 오묘함을 어찌 능히 측량하며 전능자를 어찌 능히 완전히 알겠느냐 ... 그의 크심은 땅보다 길고 바다 보다 넓으니라.’(욥 11:7~9)

     

    여기에 대해 욥은 12장 3절에서 ‘너희가 하는 말이 무슨 지혜라도 되느냐’고 대답합니다. 한 번의 큰 소용돌이 같은 대화가 지나가자 다시 한 번 친구들의 철학이 이어집니다. 엘리바스는 욥에게 ‘너의 믿음이 바른지 생각해 보라’고 하고(욥 15장) 빌닷은 ‘모든 일은 다 인과응보이다. 이것도 네 믿음의 결과’(욥 18장)라고 말합니다.

     

    소발도 뒤질세라 ‘악인은 하나님께 심판 받는다’는 말을 합니다. 재물의 울타리도, 가정의 울타리도, 몸의 울타리까지도 잃어버린 욥에게 세 친구의 말은 위로가 아니라 정죄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본문은 엘리바스의 세 번째 말에 이은 욥의 대답입니다. 엘리바스의 말을 포함해 친구들이 한 말은 말 자체를 보면 틀린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욥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바울이 ‘모든 것이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이 이런 경우와 딱 맞다 하겠습니다.(고전 12:1)

     

    좋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옳은 것이라야 좋은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는 말이 ‘영이요 생명’이라 하시면서 ‘살리는 것은 영’이라고 하셨습니다.(요 6:63) '육의 말'은 사람의 영혼을 살리지 못합니다. '영의 말'이라야 영혼을 살립니다.

     

    우리는 본문을 이해 하기 앞서 욥기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욥기는 인간이 당하는 고통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닙니다. 욥기의 영적인 관심은 욥의 믿음에 있습니다.

     

    욥기 전체적으로 볼 때 욥은 세 부류의 대적들과 영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게됩니다. 욥이 재산과 가정과 건강의 울타리를 잃어버리자 욥의 아내는 ‘그래도 당신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겠느냐’고 몰아붙입니다. 욥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욥의 대적으로 나옵니다.(마 12:50)

     

    그 다음 대적은 세 친구와 본문 다음에 등장하는 엘리후입니다. 그들은 육신의 생각을 통해 욥을 훈계하고 정죄하기도 합니다. 엘리바스는 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게 의로운들 전능자에게 무슨 기쁨이 있겠으며 네 행위가 온전한들 그에게 무슨 이익이 되겠느냐’라고 말합니다.(욥 22:3)

     

    세 번째 대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탄입니다. 사탄은 욥에 대해 하나님께 참소하며 이 모든 일의 배후에서 욥의 울타리들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사탄은 욥기 1장과 2장에 등장하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욥은 친구들의 말에 대답하고 있지만 실제 욥은 사탄과의 영적인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욥기의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욥의 응답에 있습니다. 욥은 아내의 말에 입술로도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욥 2:10) 친구들의 말에도 믿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굳건해 지고 있는 것이 욥의 반응입니다.

     

    오늘 본문은 욥이 당하는 고난의 절정에서 나오는 욥의 신앙 고백입니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기는 욥이 무고하게 고통을 당하지만 인내하여 결국 복을 갑절로 받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런 책이 아닙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이 성령 충만으로 탄생한 처음 교회에게 죄에 민감하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경고와 같은 사건인 것처럼, 욥의 이야기는 욥을 통해 신앙인이 경험할 수 있는 고통의 문제에 직면하며 어떻게 나의 믿음을 지켜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욥은 사탄의 참소로 재산이라는 울타리를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열 자녀의 죽음이라는 가정의 울타리도 해체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더구나 몸까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욥은 스스로 일어나서 살아가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어 보입니다.

     

    욥은 생명 하나 겨우 남았습니다. 그런 욥에게 친구들이 하는 말은 도움은 커녕 고통만 증가시켜줄 뿐입니다. 그런 가운데 욥이 하는 말들이 바로 욥의 믿음의 표현들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물질, 가정, 건강의 복을 주실 뿐만 아니라  잘 지켜주시기를 원합니다. 사탄이 욥에게 빼앗은 것들도 하나님의 허락 하에서만 앗아갈 수 있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는 사탄이 빼앗아간 것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사탄이 결코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생명입니다. 그것 만큼은 사탄도 어찌 할 수 없는 일입니다.(마 10:28) 이것은 호흡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증거하는 대목입니다. 욥은 고통 가운데서도 이 진리를 깨달아 믿음의 고백을 합니다. ‘하나님이 나의 갈 길을 다 아신다.’(욥 23:10)

     

    인간은 자기의 삶의 울타리가 허물어질 때 두려움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욥은 생명이 붙어있는 한 끝까지 믿음을 지켰습니다. 욥의 믿음은 고난도 하나님이 주시는 훈련으로 보는 믿음이었습니다.(욥 23:10) 고난 중에도 육신의 욕구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귀히 여기는 믿음이었습니다.(욥 23:12)

     

    욥에게도 분명 생존의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욥은 생명보다 소중한 믿음을 지켰습니다. ‘믿음의 결국이 영혼의 구원입니다.’(벧전 1:9) 욥은 오늘 우리에게 인생의 마지막에 내 노력으로 남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진리를 가르쳐줍니다. 사람들의 평가가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모든 것은 끝나봐야 압니다. 욥기의 결론은 욥이 복 받았다는 42장 10절 이하가 아니라 42장 7절의 하나님의 평가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엘리바스에게 ‘너의 친구들의 말이 틀렸다. 욥이 나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욥 42:7) 하나님은 욥의 믿음이 진짜라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의 울타리는 나 자신의 믿음입니다. 그것만은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욥기는 교훈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갈 길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지금의 고난은 믿음의 '시험이자 훈련'이고(벧전 1:6), ‘구원 얻는 믿음’을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되는 것입니다.(히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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