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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에 있는 헤롯과 어린 아이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13. 1. 1. 23:35

     

    성탄절 후 첫째 주일[20121230]

     

    내 안에 있는 헤롯과 어린 아이

    (마 2:13~18)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것이 천지가 창조될 때에 하늘과 땅의 내력이다.’(창 2:4) 마태복음에서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는 예수님의 계보를 증거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마 1:18)

     

    마태복음은 유대인들의 귀에 익은 모세오경을 상기시키면서 복음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태복음 2장 전반부에서는 메시야를 맞이하는 이방인과 배척하는 유대인의 묘한 대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동방으로부터 온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본문에서는 예수 탄생으로 인한 기쁨과 헤롯의 분노로 인한 베들레헴 땅의 죽음의 위기라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유대 땅의 왕인 헤롯은 박사들로부터 유대인의 왕이 나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도 찾아가 ‘경배하겠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마 2:8) 권력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들까지 죽이는 일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헤롯이 자기 외에 유대인의 왕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기 예수를 알현한 동방박사들이 헤롯에게로 돌아가려고 할 때 천사가 나타나서 헤롯에게 돌아가지 말 것을 지시합니다.(마 2:12) 이후 천사는 요셉에게도 나타나 말하길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신하라’고 일러줍니다.(마 2:13)

     

    아기 예수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상황은 모세의 이야기를 연상시킵니다.(출 1:22) 바로의 손에서 모세가 건져진 것처럼 아기 예수는 헤롯의 손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게 됩니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구약의 성취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본문의 내용으로 들어가 봅니다. 본문은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유대 땅 베들레헴에 엄청난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헤롯의 잔인성이 들어나는 대목입니다. 세상의 왕이 하늘에서 온 왕을 죽이려는 계획 가운데 죄 없는 어린 아이들이 희생됩니다.

     

    본문에서는 헤롯의 잔인성과 어린 아이들의 순수성이 대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태가 기록한 헤롯과 어린 아이를 영적인 의미로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헤롯과 어린 아이는 우리 안에 들어 있는 두 가지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헤롯’은 하나님의 뜻을 일탈한 ‘거짓 자아’를 상징합니다. 세상의 욕망을 따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인 것입니다. 반면 ‘어린 아이’는 죄 없이 순수한 ‘참 자아’입니다. 나지막한 내면의 소리로 본래의 내가 누군지를 말하는 나인 것입니다.

     

    이 두 모습이 우리 안에는 공존합니다. 사도 바울도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는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운다’고 고백한 것과 같습니다.(롬 7:22~23)

     

    사도 바울은 이 진리를 깨달은 이후 편지마다 우리 내면의 악독(엡 4:31), 탐욕(엡 5:3), 악의(골 3:8) 등을 버리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를 지배하면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고(골 3:6) 하나님의 나라에 이르지 못함을 경고합니다.(엡 5:5)

     

    헤롯의 광기로 사라진 미처 말문도 안 열린 어린 아이들은 온 생명을 바쳐 메시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죄 없는 아이들이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셨습니다.(마 18:3) 이 얼마나 무거운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어린 아이와 같이 되어야 천국에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어린 아이처럼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마 18:4) 여기서 ‘자기를 낮춘다’는 의미를 한번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이 말은 외적인 겸손의 모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의 순수한 심성, 곧 갓난아이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듯이 하나님께만 의존하는 참된 마음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어린 아이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온전한 인간성(엡 4:13) 곧 그리스도의 형상(갈 4:19)을 가리키는 은유입니다.

     

    본문에서 헤롯은 사탄의 세력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헤롯은 복음의 빛이 드러나는 일을 방해하는 어둠의 세력이 되고 맙니다.(고후 4:4) 헤롯은 우리 안에 숨은 격정이기도 합니다.(마 15:19)

     

    우리 안에 자아가 어둠의 세력과 격정에 붙잡히게 될 때 ‘내면의 어린 아이’같은 ‘참 나’는 죽고 악마의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헤롯의 분노로 죽어버린 어린 아이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참된 자아’를 가리킵니다.

     

    ‘참된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도 어느덧 헤롯 같은 사람이 되어 시기하고 분노하고 포악해지는 악마 같은 사람이 되고 맙니다.

     

    ‘진정한 나 자신’은 하나님의 은혜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어린 아이 같은 깨끗한 마음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참 나’를 발견하면 비로소 하나님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마 5:8) 그럴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되며 우리의 모습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들어날 것입니다.(Gloria Dei - homo vi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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