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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순절 광야를 통과합시다.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08. 2. 10. 20:19

    사순절 광야를 통과합시다.(마 4:1-11)

     

    2세기부터 교회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을 특별한 날로 정하여 기도와 단식을 하는 가운데 부활의 신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전통 가운데서 부활절이 한 해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되었으며, 3세기에 와서는 부활의 신비와 기쁨을 50일 간 연장하면서 그 마지막 날인 50일째 되는 날을 오순절(성령강림절)로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40일간의 사순시기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부활절을 준비하기 위한 단식일을 정하게 된 4세기 경입니다. 그러니까 부활절 때문에 사순절이 생겨난 것입니다. 동방교회는 사순시기(Tessarakoste) 동안 토요일과 주일에는 단식하지 않기 때문에 부활절 전 7주간을 사순시기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사순절 첫째 주일부터 부활절까지 50일이 되며, 부활절부터 오순절까지 50일이 되어 부활절을 중심으로 완전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방교회는 주일만 단식일에서 제외시켜서 부활절 전 6주간을 사순시기(Quadragesima)로 정했고, 그렇게 하더라도 4일이 모자라서 7세기부터 4일 앞당겨 “재의 수요일”을 사순시기의 시작으로 삼게 되었던 것입니다.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오늘 사순절 첫째 주일로 지키는 만큼 사순절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에 40이라는 숫자는 여러 사건과 연관이 되어있지만, 사순절의 직접적인 기원은 광야에서 40일 동안 기도와 단식을 하신 예수님의 생활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그리고 본격적인 사역 전에 광야에서 마귀에게 세 가지 시험을 받는 장면입니다.

     

    1. 먹고 사는 일

    예수님께서 받으신 첫 번째 유혹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입니다. 사탄은 인간의 가장 첫 번째 에너지 중심인 안전과 생존의 욕구를 건드립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40일 밤낮 동안 단식하신 예수님은 일반적인 배고픔의 상태를 넘어선 극도로 지치고 쇠약한 상태이셨을 것입니다. 사탄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로 예수를 유혹합니다. 이런 사탄의 유혹에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깨어지기 쉬운 인간의 연약함 속으로 들어오신 분입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그 동안 인간들이 몰랐던 삶의 존재 이유를 인간의 몸이 되어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이다.”

     

    오늘날도 대부분 인간의 관심사는 먹고 사는 일입니다. 먹고 사는 일에 관심을 둘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관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먹고 사는 일에 집착 하는 사람일수록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마련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삶의 구조를 바꾸신 분입니다. 예수님은 먹는 일을 부정하신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은 먹고 사는 일을, 인간의 노력으로 얻는 대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 누리는 축복으로 바꾸신 것입니다.

     

    2. 우리의 존재 목적

    사탄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말합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내리라. 하나님이 너를 위해 당신의 천사들에게 명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할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이런 말입니다.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놀라운 일을 행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의 힘을 드러내 보라. 이 꼭대기에서 뛰어내려보라. 당신이 땅을 디디고 서서 걸을 때, 모든 사람이 당신을 위대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이는 명성과 대중의 존경을 사랑하라는 유혹입니다.

     

    예수님은 놀라운 일을 행하거나 신성한 빛을 뿜어냄으로써 자신의 영광을 찾는 따위의 유혹을 거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씀합니다. 우리의 존재 목적은 이 세상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내 명예와 명성에 만족하고 자랑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이 부르신 존재 목적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의 증거를 우리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 해도 우리 손으로 구원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3. 경배할 대상

    사탄이 예수님을 세 번째로 유혹 했던 것은 지배와 권력의 유혹입니다. 사탄은 높은 산으로 예수를 데리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왕국을 보여주며 약속했습니다.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겠다.” 사탄에게 경배하면 권력을 주겠다는 유혹은 거짓말입니다.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말씀하였고, 사탄은 드디어 떠나갔습니다. 인간의 권력을 향한 욕망은 사탄의 밥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지배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존재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 외에 그 누구에게도 예속된 삶을 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만 경배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도 내 대신 살 수 없습니다. 사탄은 그것을 이용하여, 어둠의 노예로 우리를 만들려 하는 것입니다.

     

    4. 사순절 광야

    예수님은 40일 밤낮을 광야에서 지내셨습니다. 사순절의 실천은 예수님의 이런 고독과 침묵, 고난의 상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광야는 정화의 장소이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입니다. 정욕을 찾는 거짓 자아에서 완전한 자유로 인도되어 가는 내적 정화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40일의 광야를 경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주님의 부활에 동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사순절 광야에서 주님과 일치하고, 주님의 고난을 나누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사순절 광야의 초대는 거룩함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부활의 초대입니다. 사순절 광야의 초대를 거부하는 것은 내 몸과 영혼을 “마음의 정욕대로 하도록 더러움”(롬 1:24)에 내맡기는 것입니다. 광야의 기간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길만이 "생명의 길"(시 16:11)입니다.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고후 7:1) 하는 길입니다. 광야에서는 하나님 외에 의지할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시 146:3).

     

    사순절 기간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정리해 보면, 먼저 인간의 먹고 사는 일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 누리는 축복입니다. 또한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경배할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사탄은 이러한 세 가지 일에서 우리를 방해하고 혼란스럽게 하여, 결국은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끊어 놓으려 하는 것입니다.

     

    사순절의 기간을 통해 우리 몸과 영혼의 상태를 성찰하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놓인 방해물들을 제거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피로 더러운 생각과 말과 행위의 죄에서 깨끗이 용서함을 받고, 부활의 주님을 만나는 잔치에 부끄럽지 않게 참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순절 광야를 주님과 함께 통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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