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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님을 잉태하는 은혜를 입은 자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11. 12. 19. 11:34


    대강절 넷째 주일[20111218]

    예수님을 잉태하는 은혜를 입은 자(눅 1:26-38)


    성경은 믿음의 세계가 열린 자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또한 과거의 구원의 역사를 보여줄뿐만 아니라 성경은 지금도 말씀에 순종하는 자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진행해 나가십니다. 성탄절을 한 주 남긴 대강절 넷째 주일입니다. 오늘 이 아침에 우리도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잉태하는 은혜를 얻길 사모합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의 입을 통해 오실 메시야가 마리아의 몸에 잉태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한 주간 이 본문을 놓고 씨름하며 깨달은바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나누길 원합니다.

    갈릴리 호수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나사렛에 마리아라는 처녀가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다윗의 자손 가운데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날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내려오는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납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계획을 마리아에게 들려줍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28절) 마리아의 반응이 어떠했습니까? 몹시 놀랐다고 했습니다.(새번역) 무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인사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였다고(공동번역) 본문에서 증언합니다. 이 일이 어찌 된 일인가 생각할 때에 다시 천사가 소식을 전합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30절)

    “은혜를 받은 자여.” “네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느니라.” 가브리엘 천사는 두 번씩이나 반복하여 마리아에게 ‘네가 은혜를 입었다’는 하나님의 계획을 전합니다. 우리는 이 표현을 깊이 묵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혜를 입었다.’ 누가 누구의 은혜를 입었다는 것입니까? 마리아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은혜를 입었다’(휴레스 카린)라는 뜻은 ‘정을 통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어떤 여인이 왕의 은혜를 입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왕이 그 여인과 정을 통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마리아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는 이 말은 하나님의 씨가 마리아에게 들어왔음을 알리는 천사의 고지입니다. 이 말은 요셉의 씨가 아니라 하나님의 씨가 마리아의 몸속에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마리아는 완전한 하나님의 세포, 완전한 하나님의 DNA가 육의 모습으로 태 안에 착상하는 경험을 합니다. 마리아는 인류 최초이자 유일하게 하나님의 씨가 몸속에 들어와 잉태를 하게 되는 복된 여인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가브리엘은 마리아가 잉태하여 앞으로 태어나게 될 아기, 그가 누구인지를 설명해 줍니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눅 1:31-33)

    예수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여호수아에서 왔습니다. 즉 “여호와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입니다. 천사는 그 예수가 ‘큰 자’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큰 자란 물론 큰 일을 하는 사람인데, 성경에 나오는 ‘큰 일’이란 하나님이 행하신 구원의 큰 능력을 의미합니다.(출 14:31) ‘예수가 큰 자’가 된다는 말씀은 앞으로 태어나게 될 예수가 하나님의 지혜와 경륜 가운데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완성하는 메시야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이’ 곧 창조주 하나님의 아들이요, ‘다윗의 왕위’를 갖게 되고(렘 23:5), ‘야곱의 집’을 왕으로 영원히 다스리며(겔 37:25), 그의 나라가 영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시 145:13)

    그런데 마리아는 지금 가브리엘 천사가 전하는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가 자신을 통해 시작될 것이라는 이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평범한 시골 처녀로서, 이스라엘 백성이 갈망하는 메시야가 자신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마리아는 지금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 보다 더 급한 것은 자신이 임신할 것이라는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처녀가 임신했다는 것은 부정한 일을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돌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천사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눅 1:34)

    여기에 천사가 대답합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눅 1:35, 37)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마리아의 의문에 가브리엘이 전하는 말은 ‘그것은 인간이 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의 능력이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마 19:26)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인간이 예측할 수도 없는 일, 그것이 하나님의 구원의 방법입니다. 그렇습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구원의 방법은 하나님의 지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지혜를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이는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심이니”(엡 3:9-10)

    여기서 하나님의 ‘각종 지혜’(폴루포이키로스 소피아)라는 말이 참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만물을 회복하시기 위한 구속의 경륜을 하나님의 다양한,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이루어 가신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비밀이요, 우리에겐 신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죄인의 구원을 위해 마리아의 몸을 빌려 예수를 잉태하게 하신 하나님의 한 지혜를 바라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인류 구원의 경륜을 인간이 계산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선교를 계속 이루어 나가십니다. 인간이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방법 그것이 한 마디로 하나님의 지혜인 것입니다.

    처녀가 남자 없이 임신하는 사건, 이것은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성령이 임하고, 하나님의 능력이 덮으니 평범한 처녀에게서 메시야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자신이 한 여인의 몸을 빌려 인간으로 오신 사건을 이 여인은 믿음으로 성취하였습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눅 1:38)

    하나님께서 구원을 이루는 방법은 다양하고 신비한 일이지만 오늘날도 하나님의 구원의 사건이 나에게 이루어지는 방법은 변함없이 동일합니다.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2천년 전 마리아가 했던 믿음의 고백은 자기희생과 죽음조차 각오한 고백이었습니다. 에스더가 “죽으면 죽으리다”(에 4:16)라는 결단으로 유다 민족을 살리는 구원의 역할을 했던 것처럼 비천한 한 여인의 믿음의 결단이 자신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는 위대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대강절기 우리에게도 이런 마리아의 믿음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몸 안에 육의 몸을 입은 예수를 모신 유일한 여인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참된 신자의 표상입니다. 예수 수태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도 우리 몸 안에 이제 영으로 계신 예수님을 잉태하고 자라게 해야 한다는 진리가 담겨있습니다. 예수님이 내 안에 오시면(잉태하시면) 나에게도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성령이 나에게 임하시고, 하나님의 능력이 나를 덮으면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의 사역이 나를 통해 이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앙겔루스 실레시우스라는 17세기 독일의 시인이 쓴 <네 자신의 마음 안에>라는 시입니다. “그리스도 베들레헴에 태어나심이 / 천 수백 번을 헤아리건만 / 그리스도 네 자신의 마음에 나시지 않으시면 / 그 영혼은 아직 버림받은 채로니라.”

    예수님이 내 마음에 나시지 않으면 그 영혼은 버림받은 상태 그대로라고 이 시인은 우리를 각성시킵니다. 대강절기 우리 마음에 예수님이 태어 나길 소원합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는 은혜를 입은 것처럼, 나도 예수님을 잉태하는 은혜를 입은 자가 되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때 비로소 나도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에 동참하며, 예수님의 몸인 교회가 되어 만물을 회복하는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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