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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곡과 가라지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11. 7. 13. 02:11

    성령강림절 후 넷째 주일[20110710]

    알곡과 가라지(마 13:24-30, 34-43)


    성경에서 천국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곳은 어디일까요? 아마도 시편 23편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목자의 품 안에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곳, 천국은 바로 그런 모습일 것입니다. 천국의 기쁨은 지상에서의 일시적인 기쁨을 초월하며, 천국의 영광은 세상에서 누리는 그 어떤 영광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네 가지 밭의 비유를 하시고, 겨자씨 같은 천국, 누룩과 같은 천국의 비유를 하신 뒤 시편의 말씀을 인용하며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35절)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이란 창조 이래로 존재하고 있던 천국 복음을 말합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창조 이래로 존재하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드러내시는 선포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지만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마 1:21) 하나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롬 5:8) 죄를 깨닫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들을 회개하게 하고,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님의 의로 나타나신 것입니다.(롬 4:21)


    예수님은 하나님으로부터 오신 분이시기 때문에 천국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온전히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 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딤전 2:4)을 인간의 언어로 나타내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천국 복음입니다.(눅 4:43) 그런데 예수님은 이것을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34절)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지상에는 없는 천국의 오묘한 것들을 인간의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13장의 비유를 통해 천국을 말씀하시고자 할 때 천국의 실상을 다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위해 비유를 드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앞선 13장의 네 종류의 밭의 비유도 농사짓는 사실의 세세한 부분까지 맞추어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나쁜 세 종류의 땅이 있는데, 돌밭은 어떻게 해서 돌밭이 되었고, 길가는 어떻게 해서 딱딱해졌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네 종류 밭의 비유의 핵심은 씨가 좋은 땅에 뿌려져서 많은 결실을 맺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친히 이 비유를 설명하시는데,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며, 깨달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십니다.(마 13:23) 물론 예수님은 네 가지 밭의 비유를 설명하시며 길가, 돌밭, 가시떨기 밭 같은 마음을 가진 자들이 있음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특별히 제자들에게 이 비유를 설명하시며 제자의 길이 이와 같음을 말씀하시고(요 15:8), 천국은 이런 사람들의 몫임을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보겠습니다. 본문은 마태복음 13장 24절부터 예수님이 천국 비유를 하시면서, 밭에 알곡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고 있지만 추수 때에는 알곡과 가라지가 구분된다는 비유의 말씀을 제자들에게 다시 설명해 주는 내용입니다.


    24절 이하의 비유를 보면 원래 밭에는 좋은 씨가 뿌려졌는데, 사람들이 잘 때에 원수가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고 했습니다. 이 비유가 마태복음 13장의 네 종류의 밭의 비유와 비교해보면 조금 혼동이 됩니다. 밭의 비유에서는 밭을 인간의 마음으로 보았는데 여기서는 밭을 세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좋은 씨는 천국의 아들들, 가라지는 악한 자 곧 마귀의 자식들이라고 설명하십니다.(38절)


    그런데 여기서 악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악의 기원 문제는 성경이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타락한 천사가 사탄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사 14:12), 무언가 하나님의 영과 대비되는 어두움의 세력은 창세기 1장 2절에서부터 암시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또한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 11:36)는 사도 바울의 말씀을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데 밭에 뿌려진 모든 씨가 천국의 아들들이 되고 이것이 자라면서 가라지로 변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 23절에서 원수가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는 비유에 맞추면 좀 해석이 어색해 집니다.


    그러나 어거스틴의 경우는 주님의 밭을 교회로 보면서 교회에서는 밀이었던 것이 때로는 가라지가 되고, 가라지였던 것이 때로는 밀이 된다고 하면서, 내일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알곡과 가라지 비유의 설명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핵심을 찾으면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 세상에는 알곡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상 끝에 심판 날이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 악인과 의인의 구분은 명확해 진다는 것입니다.


    먼저 이 세상에 알곡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고 있다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이라는 밭에는 천국의 아들들과 마귀의 자식들이 다 같이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라지는 좋은 씨인 좋은 밀이나 보리와 대단히 유사해서 그것이 처음 나올 때는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이 두 가지가 잎이 날 뿐 아니라 점점 성숙하여 나중에 열매를 맺으려 할 그 때에는 가라지는 가라지대로, 알곡은 알곡대로 분명하게 구분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 세상에 천국의 아들들과 마귀의 자식들이 같이 있다는 말은 세상 끝나기 전까지 천국을 이루는 일에 마귀의 방해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넘어지게 하는 자들”이고 “불법을 행하는 자들”입니다.(41절) 넘어지게 하는 것은 믿음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고, 불법을 행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방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세상에 의인과 악인이 공존하기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마귀의 역사를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주시고 계십니다. 에베소서 2장 2절에 “그 때에 너희는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라는 말씀 가운데 ‘역사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역사한다’(에네르게오)라는 동사는 ‘에너지를 공급해서 일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귀는 하나님 나라의 일을 방해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제자 된 우리의 삶은 현재의 고난이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롬 8:18), 주님 오시는 그 날까지 두렵고 떨림으로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 나가야 하겠습니다.(빌 2:12)


    또한 “곡식 가운데 가라지가 덧뿌려졌다”(25절)는 말과 알곡과 가라지가 처음 보기에는 비슷한 상황인 것은 같은 세상에서 즉 생활 근거를 같이 하고, 같은 자리에 뿌리박고 자라는 모습을 말합니다. 알곡이 나는 데서 알곡만 나지 않고, 가라지가 알곡이 취해야 할 영양분을 동시에 취해 자라고 있는 현실을 나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일은 수동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할 자세를 요구하며(마 11:12), 영적으로 늘 깨어있어야 하고(벧전 5:8), 한 사람의 일생은 전쟁과 다름없는 현실임을 보여줍니다.(엡 6:12)


    두 번째로 예수님의 메시지는 세상 끝 날이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영적인 전투가 있고, 두 부류가 공존하지만 마치 추수 때에의 다 자란 알곡과 가라지 처럼 심판 날 하나님의 자녀들과 마귀의 자식들은 온전히 구별됩니다. 또한 그 날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아버지와 영광을 함께 누리게 되지만 마귀의 종들은 지옥으로 던져지는 심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본문은 악의 유혹과 방해로 인해 예수님의 제자 된 우리가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믿음을 더욱 굳세게 해야 할 것을 요구합니다.(고전 16:13) 우리의 영혼은 알곡으로 자라나듯이 날마다 새로워져야 하고(고후 4:16), 날마다 말씀에 거하여 자라나야 합니다.(골 3:16) 그리하면 종국 우리 인생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갈 5:22-23)


    우리가 하나님께로 돌아갈 때는 씨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열매 있는 형체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고전 15:38) 열매를 많이 맺는 것이 마음을 지키고 믿음을 지킨 제자 됨의 증거라고 사도 요한은 증거합니다.(요 15:8) 우주의 피조물들이 이 세상에 하나님의 아들딸들이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롬 8:19) 우리는 천국의 자녀들로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이루어나가는 알곡들이 되길 바랍니다.(빌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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