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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에게 땅을 갈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교회력에 따른 본문 중심 설교 2013. 11. 29. 12:16

    창조절 마지막 주일(2013년 11월 24일)

    창세기 3장 22-24절

     

    인간에게 땅을 갈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오늘은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력의 시작은 대강절기로 예수 소망이 주제입니다. 그리고 교회력을 마무리하는 창조절기의 주제 역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이는 이 땅과 우리 인생에는 소망이 없고 우리가 돌아갈 본향에 소망을 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창세기 1-3장은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에덴동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경은 이 두 이야기를 통해 각각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중 인간이 독존적(獨尊的) 존재라는 것이고, 후자는 인간이 하나님의 위치에 결코 올라설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본문은 하나님께 도전한 처음 사람 아담과 하와가 결국 에덴에서 추방당하는 에덴동산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러면 본문이 우리에게 어떤 소망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는 지 귀를 기울여 봅시다.

     

    가. 인간이 하나님에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의 손을 들어 생명나무 열매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22절).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명하신 선악과를 먹고 말았습니다(6절). 그들이 선악과를 먹은 행위는 분명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하나님께 불순종 했다고 해서 그것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결정적 이유가 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선악과를 먹은 행위 이전에 사탄이 어떠한 속임수로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 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하와가 어떠한 의도로 선악과를 먹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창세기 3장 5절을 보면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라고 사탄이 유혹하였습니다.

     

    하와는 ‘하나님과 같이 된다’고 하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동기는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피조물 가운데 독존적 존재로 만드셨지만 그렇다고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의 위치에 올라 설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독존적 피조물로서 하등의 동식물과 자연 세계를 잘 다스리고, 상호 올바른 인간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대리자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오늘날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남용하고 나아가 주어진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을 하나님의 위치에 올려놓는다면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 도전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나. 하나님에게 도전하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를 내보내어...”(23절).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24절). 하나님께 도전한 결과로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도전한 인간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에덴동산 안과 에덴동산 밖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에덴동산에는 하나님이 계시고 에덴동산 밖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십니다.

     

    하지만 창세기 4장의 가인과 아벨의 제사 이야기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타남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친밀성의 부재입니다. 하나님과 한 집에서 대화하듯 같이 있는 관계가 아닌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찾아야 하는 상태로 변한 것입니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에덴동산 밖에서 땅을 갈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갈다’는 표현 ‘아바드’는 원래 ‘예배하다, 섬기다, 봉사하다, 일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땅을 갈게 하셨다’는 말은 ‘이 세상에서 수고하며 살게 하셨다’ 또는 ‘이 땅에서 예배하며 살게 하셨다’는 의미로 풀이해 볼 수 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이 어떠한 상태가 되었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러한 심판을 하신 근본 이유가 무엇이었냐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은 근본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전5:2). 이것이 창조주 하나님께 도전했던 유한한 피조물인 인간의 결과입니다.

     

    다. 모든 사람은 돌아갈 본향이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를 내보내어 그의 근원이 된 땅을 갈게 하시니라”(23절).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낸 것은 하나님께 도전한 데에 대한 심판이요 벌입니다. 그러나 땅을 갈게 하신 것은 단순한 벌의 차원이 아니라 사실은 은혜였습니다.

     

    그러면 땅을 갈게 하셨다는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흔히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쫓아내시고 땅을 갈게 하신 것을 하나님에 대한 교만과 불순종의 대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17절). 그러나 에덴동산 이야기가 들려주고 싶은 하나님의 심정을 깊이 묵상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쫓겨난 것은 하나님께 도전한 대가로 주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땅을 갈게 하신 것은 계속되는 하나님의 벌이 아닌 은혜였습니다. 에덴동산을 떠난 자리는 인간 스스로 땀 흘리며 수고해야만 하는 자리입니다. 벌 받으라고 노동을 주신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인간 스스로 땅을 갈면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임을 깨달으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깨달음이 있는 인생은 하루하루를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감사하며 살게 됩니다.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은 인간이 자신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심으로써 자신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를 알게 해 주셨습니다.

     

    내가 돌아갈 본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땅은 우리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은혜의 장소입니다. 내가 땀 흘리고 수고할 때 비로소 내 힘과 내 노력으로 사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으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땅에서 경험하는 고난으로 천국을 사모하게 된다면 그 인생은 복된 인생입니다(시119:71). 하나님은 비록 아담이 지은 죄로 그와 그 후손이 에덴동산 밖에서 살도록 하셨지만 그것은 우리가 돌아갈 본향을 바라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배려였습니다.

     

    라.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만이 살 길입니다.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24절). 본문은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쫓아내시고 에덴동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거룩한 곳을 지키는 그룹 천사들과 하나님의 전쟁무기인 번개 불을 두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에덴동산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하신 본문의 진의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에덴동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영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4절의 궁극적인 의미는 하나님께 도전한 인간에게 이런 대가가 주어졌음을 보여줌으로써, 하나님과 인간은 그 근본이 다른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와 같은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관계를 의미 있게 숙고하였습니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11:36). 바울의 설교처럼 이 땅에서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과 더불어 산 자는 하나님께로 돌아갑니다.

     

    하나님이 에덴의 출입구를 막으셨다는 것은 하나님만이 다시 여실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에덴의 문은 인간의 어떠한 힘과 노력으로도 열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열어주시면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명하신 이 땅에서의 삶 곧 일하는 인간(Homo Laborans), 예배하는 인간(Homo Adorans)으로서의 삶에 충실하면 하나님께 나아갈 살 길이 열립니다.

     

    비록 인간에게 이제는 노동과 예배의 삶이라는 근원적 의무가 주어졌지만 이것은 오히려 인간의 인간됨을 알고, 하나님의 하나님 됨을 알게 하는 은혜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노동과 예배의 목적은 모든 인생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찾고 알게 하는 데에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노동과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기억하고 의지하는 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참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 없는 수고와 성취는 이 땅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삶은 결과적으로 흙에서 흙으로 돌아갈 뿐입니다(전3:20). 일하며 예배하는 인간의 본분 속에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인 창조주를 생각하고(전12:1), 연약한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시146:5), 여기에 에덴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성도의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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