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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웨버의 <예배는 동사다>
    경건도서 서평 2011. 1. 21. 16:05

    예배는 동사다

     

    21세기에 들어서고 10년 지난 지금 미국 기독교계의 화두는 “진짜 그리스도인 되기”입니다.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삶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이냐가 최근의 계속되는 미국 기독교 베스트셀러 서적들의 공통된 주제입니다.

     

    이는 이 시대의 기독교 영성 운동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날의 제2의 새로운 경건주의 운동 혹은 메소디스트 운동의 재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과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시대상은 가히 역설적입니다. 글로벌 시대가 되었지만 지구 한 편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하루마다 2만 5천명이 생깁니다. 영성 운동이 일어나지만 미국 사회 전체를 움직이기엔 그 땅은 너무 세속화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영국과 미국의 부흥 운동, 대각성 운동이 일어났던 18세기, 19세기 상황보다 오늘의 사회가 더 타락했다는 말입니다.

     

    한국 교회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개신교 선교 125년의 역사 속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고름이 이제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현상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1년 벽두의 고민은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입니다. 한 번은 같은 지방회의 목회자들과 식사를 하는데, 어떤 목사님이 자신의 교회에 새로운 사람들이 예배드리러 왔다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같은 교단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교회를 옮겼는데, 3주만에 그 목사님에게 전화가 오기를 예배에 적응이 안된다고 그만 다니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이야기였지만 들으면서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교회는 온전한 예배를 드리고 있는가?” 예배가 개신교 신학과 전통에 바로 서 있고, 말씀이 온전하게 해석되고, 성례전이 올바로 행해지는 교회라면 예배에 적응 안된다는 문제가 최소한 교회를 떠나는 직접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점검하는 의미로 올 초에 예배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감리교의 유명한 예배학자인 제임스 화이트(James F. White)의 책들은 예배학에 대한 개론서를 포함해 이미 여러 권이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에모리에서 가르치는 감리교 예배학자 단 샐리어즈(Don E. Saliers)의 「거룩한 예배」(Worship as Theology)도 번역되었습니다.

     

    여러 예배학 책들이 예배의 본질을 정의하는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예배란 삼위일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 특별히 그리스도의 사역을 기억하고 찬송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예배가 곧 삶이라는 것을 대표적인 정의로 강조합니다.

     

    존 프레임(John Frame)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에서 말하길 “예배란 언약적 주님의 위대하심을 인정하는 사역”(p. 23)이라고 말하고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란 삼위일체적 예배 즉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행하신 성부, 성자, 성령님의 독특한 사역들을 인지하는 예배, 그리스도 중심의 예배이다.”(p. 32)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예배한다는 말의 의미를 단 샐리어즈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우리의 예배가 하나님에 대한 성경의 약속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이 보여주는 모든 말씀 가운데서 발견하게 되는 새 언약의 삶에 근본적으로 의존하고 있다.”(p. 15)라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말하길 “그러므로 기독교 예배는 우리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차원을 포함한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예배한다는 것은 교회 안에서 그리고 인간 역사 가운데서 행해지기 때문이다.”(p. 15)라고 말했습니다.

     

    예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관심 갖길 원하는 책은 로버트 웨버(Robert E. Webber)의 <Worship is a Verb>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변화로 이끄는 예배의 여덟 가지 원리들”인데, 우리말로 「살아있는 예배」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책은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고 각 장마다 토론 주제들도 담고 있기 때문에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소그룹에서 함께 읽고 예배를 반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적으로 웨버는 “진정한 예배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즐거운 축하”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여덟 가지 예배의 본질적인 원리 또는 요소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예배를 반성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첫 번째 원리는 예배는 그리스도를 축하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배는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이고, 성만찬에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배는 악한 세력을 물리치신 그리스도의 승리,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려고 자신을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희생, 믿음으로 우리 삶에 권능을 부여해 주시는 희생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예배에서 축하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의 사역이다. 이런 이유로 ‘예배는 살아 움직이는 복음’임을 선언하는 것이 된다."

     

    두 번째 원리는 예배는 그리스도 사건을 말하고 행하는 것으로 예배의 순서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예행 연습하는데 있음을 말합니다.

    "첫 번째 원리처럼 예배가 그리스도께서 악의 권세를 이긴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라면, 그 다음 순서는 자명하다.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그 사건의 치유와 구원의 능력을 나누어줌으로써 그 사건을 전하고, 또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세 번째 원리는 예배 중에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역사하신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원리인 예배가 살아 움직이는 복음이라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축하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할 수 있다. 과거에 말씀하셨던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오늘도 말씀하실 것이다. 과거에 역사하셨던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예배 중에 행하실 것이다. 세 번째 원리는 하나님께서 예배 중에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고, 고치시며, 완전케 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나타나실 것에 대한 기대감 즉 초자연적인 회복을 간구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예배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라는 원리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배 중에 진정으로 말씀하시고 역사하신다면, 예배는 하늘로부터 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행위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배 중에 하나님은 역사하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회중들이 하나님이 임재하심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게 하신다. 즉 믿음 가운데 하나님의 백성임을 확인해 주고, 하나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체험이 가능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예배 중에 우리는 하나님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응답한다는 원리입니다.

    "하나님의 행위는 반드시 인간의 응답을 필요로 한다. 하나님이 그의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역사하실 때 그의 백성인 사람들은 말씀과 행위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예배의 구조는 선포와 응답을 토대로 한 대화체로 이루어진다."

     

    여섯 번째 원리는 예배는 하나님의 백성 모두가 함께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리는 예배드리는 사람에게 있어 예배는 능동적이며, 참여 지향적인 예배가 필연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피동적인 예배란 누군가가 당신에게 혹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대한 응답으로 생기는 살아 있는 예배는 피동적인 예배의 장벽을 극복하고, 예배가 사람에게로 되돌려지는 것을 돕는다."

     

    일곱 번째는 모든 피조물이 예배에 참여한다는 원리입니다.

    "말씀과 성찬식과 기도 외에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의 방법으로써 시간, 공간, 소리, 움직임의 전달 수단을 주셨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피조물은 예배를 위한 전달 수단으로 섬길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실제로 참여하게 된다."

     

    마지막 여덟 번째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예배입니다.

    "예배는 축복 기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배는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 방식을 형성한다. 우리는 예배로부터 나아가서 우리의 가정, 직장 그리고 우리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에서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게 된다."

     

    이상과 같은 여덟 가지의 원리들이 우리가 되새겨 볼 예배의 본질적 요소들입니다. 웨버는 말하길 “예배는 세속주의의 해독제”(p. 25)라고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아무리 영성을 외쳐도 삶이 변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세상이 세속화되었고,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세속화되어 피상적인 예배로 만족한다는데 문제의 원인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예배를 드려도 내면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예배의 본질적인 요소가 다루어지지 않고, 특별히 말씀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입니다.

     

    우리가 드려지는 공적인 예배 안에서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이 다루어지지 않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의 온전한 삶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것과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신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곧 예배자 인간(homo adorans)이 구원받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모습입니다. 바울은 이를 온전한 사람으로 표현했습니다(엡 4:13).

     

    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우리의 온전하지 못한 모습이 발견되어지지 않고, 회개하는 일이 없고, 치유되는 과정이 없다면, 그런 예배는 형식적인 순서만 있는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존 미들턴 머리(John Middleton Murry)는 말하길 “선함보다 온전함이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는 좁은 문과 좁은 길로 들어선다. 도덕적으로 선하게 살아가는 것은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예배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선한 삶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를 축하하는 것이 예배의 본질이며,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 가운데 그리스도는 우리의 온전성을 회복시키십니다. 예배는 분리되지 않는 삶으로 인도하는 그리스도와의 시간입니다.


    지금은 이 땅에 온전한 예배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우리의 삶에 ‘돈, 성, 권력’의 탐욕이 사라지고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나도록 예배에 대한 반성과 목회자의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온전한 예배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 모든 한국 교회 안에 진지하게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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