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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기도의 삶
한국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는 진부한 외침으로 들릴 정도입니다. 왜 이리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서도 세속적 가치관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기도의 삶'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성 생활은 곧 기도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도의 삶은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만약 기도가 말로만 하는 기도(구송기도나 통성기도)라면 사도 바울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성도는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 분명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했으면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성경을 자의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예를 들어 ‘쉬지 말고 기도하라’를 ‘기도를 삶의 우선순위로 두라’로 해석한다든지 하는 경우)
성경에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했으면 일차적으로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어떻게 끊임없이 기도할 수 있는지를 우선 연구해야 합니다.
시편 말씀에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고 했습니다.(시 46:10) 문맥과 연결해 보면 하나님이 행하신 구원사역을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라’고 하였습니다.(히 12:2) 죄의 유혹과 싸우며 신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길에 예수의 십자가를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성경은 분명 구송기도뿐 아니라 침묵기도도 성도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과 연관하여 생각해 보면 침묵기도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성도는 반드시 침묵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도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침묵기도를 통해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지를 배워야 합니다. 다시 말해 침묵기도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김수천의 <침묵기도의 삶>은 저자의 소신처럼 한국교회에 '침묵기도의 기술'을 가르쳐 주고자 준비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1부에서는 침묵기도의 역사신학적 전통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침묵기도의 여러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자인 김수천 교수가 말하는 영성의 정의를 발췌해 봅니다. “영성이란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며, 훈련이란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저자는 “마음을 훈련하는 것을 다른 말로 마음의 닻을 내리는 것이다.”(34쪽)라고 말합니다.
영혼의 안식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화의 삶을 위해 필요합니다. 이러한 영혼의 안식을 위해 마음의 닻을 하나님께 내려야 할 것을 저자는 주장합니다. 침묵기도는 훈련이 필요한 인간의 마음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수단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은 ...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 되게 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지으셨으나 정작 우리의 마음은 성령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뜻에 더 많이 지배당하고 있다.”(31쪽)고 말하며 마음에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욕심과 근심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기도를 해도 그 이상을 기도 할 수 없다”(31쪽)는 저자의 말에서 한국교회에 침묵기도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을 간접적으로 간파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구하는 기도 이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마음의 정화와 내적 고요의 길을 찾는 연습이 침묵기도의 시작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람 안에 있는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마 15:19-20)
주의 재림을 기다리고 주와 같이 되기를 소망하는 하나님의 자녀라면 거룩과 순결을 추구해야 합니다.(요일 3:3) 그래서 세상 근심의 마음, 사탄적 마음의 상태로 기도할 수 없고 주를 소망할 수도 없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상태가 되라’(마 5:8)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 복된 상태의 근원이 마음의 정화와 단일한 갈망 속에 가능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32쪽 참조) 그러므로 기도는 침묵 가운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역사 속에서 기도의 삶을 실천한 뛰어난 영성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마카리오스, 에바그리오스, 관상기도의 전통 그리고 신신학자 성 시메온 등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2부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침묵기도’의 여러 방법들을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저자는 통성기도를 무시하지 않고 통성기도에서 침묵기도로 이어가는 방법을 1장에서 가르칩니다.
2장에서는 찬양과 침묵기도의 방법, 3장에서는 렉시오 디비나와 침묵기도, 4장은 피조물 묵상과 침묵기도, 5장은 마음의 기도와 예수기도 그리고 6장에서는 일상에서 내면 세계를 정화하고 영적 진보를 이루는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양서 소개를 마무리하며, 이 책에서 가르치는 기도의 기술 가운데 하나인 ‘마음의 기도로서의 예수기도’를 소개합니다. 이 기도문은 영어로는 ‘Lord Jesus Christ, Son of God, have mercy on me, a sinner.’이고 우리말로는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기도란 이 기도문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한 마디로 말하면 예수기도의 핵심인 “예수님”의 이름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김수천 교수는 “예수기도를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이 활동하는 속성을 지닌 우리의 사고에 일종의 일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 생각은 우리가 깨어있을 때뿐만 아니라 잠잘 때조차도 우리를 지배한다.”(228쪽)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예수기도를 반복하는 이유를 밝히며 그것은 생각의 일감을 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생각을 하나님께 집중하기 위해 씨름한 영성가들이 한 일이라고 조언합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좋은 실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예수기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연합에 이른 한 사람 이야기입니다. 그는 <순례자의 길>을 쓴 무명의 러시아 농부입니다.
“시베리아 벌판을 순례하며 예수기도를 반복한 이 순례자는 예수기도가 마침내 자신의 심장에 박히게 되었으며,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피를 따라 전신을 운행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홀연히 하나님 나라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였다.”(229-230쪽, 리처드 포스터의 <기도>에서 재인용함.)
저자는 예수기도의 목표를 설명하며 '예수기도를 반복함으로 끊임없이 활동하는 우리의 생각에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230쪽)이라고 말합니다. 예수기도를 통해 하나님 임재를 경험하면 비로소 하나님의 생각과 일치하는 합일에 이르게 됩니다.
성경은 우리가 ‘마음을 지키는 일이 생명만큼 중요하다’고 말씀합니다.(잠 4:23) 예수기도는 마음을 지키고 그리스도의 영성을 형성하는 수단입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보길 소원하는 심령에’(시 62:1) 예수기도는 하나님의 내리신 은총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