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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웨슬리 신학의 정점: 『Responsible Grace』서평
    경건도서 서평 2024. 1. 25. 01:00

     

    20세기 웨슬리 신학의 정점: 『Responsible Grace』 서평

     

    . 응답적 은총의 출판 배경

        며칠 전 걸어다니는 한국교회사김영명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Randy MaddoxResponsible Grace가 번역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그 동안 수고 많았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Responsible Grace의 번역출판 작업은 예상했던 시간 보다 그 기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번역을 하기로 했던 분이 중도에 포기하는 일도 있었고, 번역이 거의 다 진행되어가니까 자기 이름도 번역자로 넣어달라고 청탁하는 분이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번역이 까다로왔다는 말이기도 하고 또 이 책에 자신의 이름 한 번 넣고 싶어서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라는 반증도 됩니다. 

     

    일차 번역은 조직신학을 전공한 강신환 박사에게 의뢰하여 맡겼지만 이 분이 웨슬리 신학에 조예가 깊은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번역서는 사실상 일차 번역을 토대로 김영명 목사님이 교정 작업을 1년여에 걸쳐 진행하게 되면서  탄생한 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김영명 목사님이 웨슬리 신학 용어나 표현 등을 저에게 많이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Responsible Grace: John Wesley's Practical Theology』로 Abingdon Press 자회사 Kingswood Books에서 1994년에 나왔습니다. 김영명 목사님은 번역서 제목을  응답적 은총: 존 웨슬리의 실천신학』이라고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Responsible Grace"를 "응답적 은총" 보다는 "책임적 은총(은혜)" 또는 "책임이 따르는 은혜"로 표현하는 것이 좀더 적절한 번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Responsible Grace"라는 말은 웨슬리 자신이 사용했던 단어는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우리의 믿음 사이의 창조적인 긴장을 담아낸 Maddox의 창의어입니다. 이 용어의 의미는 구원이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지는데, 그 은혜는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은혜는 우리의 책임적인 응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Grace의 작용에는 우리의 response와 ability가 수반된다는 함축적 의미로 Responsible Grace를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번역서의 제목이 여하튼,  『Responsible Grace』가 나오면서 이 책은 영미 신학생들의 웨슬리 연구 필수 교재로 쓰이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 되고 있습니다. 

     

    김영명 목사님은 이 귀한 책을 한국 감리교회에 꼭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번역과 교정, 출판까지 달려왔고, 마지막으로 사모님의 재정적 헌신까지 더해져서 드디어 한국 감리교회와 한국 웨슬리안들에게 최고의 웨슬리 신학 책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분에게 주님의 따뜻한 위로가 임하길 바랍니다.

     

    . 응답적 은총의 신학적 가치

        그러면 Responsible Grace의 신학적 가치를 잠깐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20세기 웨슬리 신학의 정점을 찍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5, George C. Cell이 쓴 책 The Rediscovery of John Wesley가 나오는데 이 책은 웨슬리 연구의 기념비적인 전환점을 가져옵니다. Cell은 웨슬리를 신학자로서 자리매김 하면서 (이전까지는 복음전도자로서의 웨슬리 이해가 강했던 반면) 웨슬리의 부흥운동을 초기 종교개혁자들의 신앙 노선과 일치시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웨슬리의 회심 이후 설교 “Salvation by Faith”(1738)를 부흥운동의 최초 선언문이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루터의 95개 논제와 비견하듯이 말입니다.

     

    이후 Albert C. Outler에 이르러 그 동안 굳게 닫혔던 웨슬리 연구의 꽃봉오리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는 웨슬리를 진정한 복음주의자요 대중적인 신학자로서 인정하였습니다. “한 책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웨슬리는 사실 예술과 문학, 철학과 과학, 정치와 도덕적 통찰을 잘 이해하였던 학구파였고,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실천가였습니다. 실로 한 시대를 빛으로 이끈 성령의 사람이었음을 아우틀러가 발견하였습니다.

     

    아우틀러가 20세기 웨슬리 연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며 200주년 기념 존 웨슬리 전집의 작업을 주도한 사람 중 한 분이었지만 웨슬리의 조직신학 책을 따로 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1946William R. CannonThe Theology of John Wesley1960Colin W. WilliamsJohn Wesley’s Theology Today 등은 단권으로 된 웨슬리 조직신학 책들로 오랫동안 웨슬리 연구가들에 의해 읽혀지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 미국은 평신도를 위한 웨슬리 신학 입문서들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웨슬리 영성의 대가 Steve HarperJohn Wesley’s Message for Today(Zondervan, 1983)를 출판했는데 이 책이 인기가 많아서 2003년에 개정판(The Way to Heaven)이 나오기에 이릅니다.

     

    1991년에는 웨슬리안 리더십 교수 Lovett Weems에 의해 John Wesley’s Message Today(Abingdon Press)가 소개되었는데 이 책 역시 평신도를 위한 웨슬리 개론서입니다. Weems의 책은 미국 감리교회에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베스트셀러이고 내용이 알찬책입니다.

     

    1992년에는 Robert TuttleSanctity Without Starch(Bristol Books)라는 책을 선보였습니다. (터틀은 가톨릭 신비주의 영향을 받은 웨슬리에 대해 연구 했음) 이 책은 은혜의 신학 관점에서 평신도들이 좀 더 깊이 있게 웨슬리를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교재입니다.

     

    미국 웨슬리 연구의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후 90년대 비슷한 시기에 Kenneth Collins의 복음주의 웨슬리 연구와 더불어 Randy Maddox의 에큐메니칼 웨슬리 연구가 선보이게 됩니다. [Responsible Grace의 신학적 가치 및 평가는 이 책의 출판 25주년을 기념했던 심포지움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Twenty-Five Years of Responsible Grace: A Symposium” by Jason E. Vickers, Wesleyan Theological Journal, 56 (2021).]

     

    . Randy Maddox의 신학

        Maddox는 에큐메니칼 신학방법론으로 학위( “Toward an Ecumenical Fundamental Theology” in 1982 at Emory University, published with same title: Chico, CA: Scholar’s Press, 1984.)를 하였지만, Duke Divinity School에서 웨슬리를 가르치면서 그의 연구는 존 웨슬리의 신학적 강조점에 초점을 맞추며 지속하게 됩니다.

    [https://divinity.duke.edu/faculty/randy-l-maddox 참조]

     

    특별히 말년의 그의 연구는 존 웨슬리가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서의 폭넓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부각시킵니다. 웨슬리의 통전적 구원론(Wholistic Salvation)이 그의 신학적 중심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가 아닌 전체, 영혼만 아니라 몸까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까지, 인간만이 아니라 피조세계 전체까지 하나님의 구속의 범위라는 것이 그의 신학적 강조점입니다. [“Salvation as Flourishing for the Whole Creation,” In Wesleyan Perspectives on Human Flourishing, 123. Edited by Dean G. Smith and Rob A. Fringer. Eugene, OR: Pickwick, 2021. 참조]

     

    . 응답적 은총의 목차 및 구성

        마지막으로 응답적 은총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김영명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책 정보 전부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독자가 볼 수 있는 내용과 같기 때문에 여기서는 응답적 은총의 목차를 간단히 해설 설명하는 정도로 이 책의 구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웨슬리안 조직신학 책입니다. 소제목까지 다 언급하면 상당히 길어집니다. 그래서 각 장의 주제만 정리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 신학방법론: 웨슬리의 인식론과 웨슬리안 사중표준

     

    2장 신론: 하나님의 지식에 대한 원천, 하나님의 본질, 성부 하나님의 사역

     

    3장 인간론과 죄론 그리고 선행 은혜

     

    4장 그리스도론: 속죄론, 그리스도의 삼중직무, 그리스도의 본성

     

    5장 성령론: 성령의 영감, 성령의 열매, 성령의 인도하심, 성령의 은사, 삼위일체 교리

     

    6장 구원론: 구원의 세 가지 측면, 구원의 치유적 관점, 전인 구원, 구원의 상호 협력 관계, 구원의 점진적 과정 [여기서 Maddox는 웨슬리 구원론의 동방교회 배경과 통전적 구원 관점을 강조합니다]

     

    7장 구원의 길: 중생, 깨달음, 회개, 칭의, 믿음, 성화, 영화 [Maddox는 중생과 깨달음이 회개 이전에 수반된다고 전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8장 은혜의 수단: 성화 은총의 수단, 칭의 은총의 수단 [Maddox는 교회론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서 은혜의 수단으로 포함시킵니다.]

     

    9장 종말론: 웨슬리의 종말론적 윤리, 응답적 은총의 승리 목표(죽음과 부활, 중간상태, 심판, 새 창조)

     

    이 정도 목차 설명만 해도 응답적 은총을 통해 웨슬리 신학의 깊이를 맛 보고 싶은 동기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서평의 역할은 그런 독자들이 이 책을 처음 펼쳐볼 때 그리 낯설지 않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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